1990년대 초반 소련이 해체되면서 전 세계의 유일한 강자로 군림한 미 제국. 견제 세력을 잃어버린 절대 권력은 필연적으로 부패할 수밖에 없다. 테러와의 전쟁이란 모호한 명분을 내세우며 미국이 중동 지역에서 벌이고 있는 전쟁은, 윤리적으로 파산한 채 스스로 몰락해가는 거대 제국 미국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대부분의 국제 전문가들은 2002년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벌인 9.11 동시테러 이후 세계 역사가 바뀌었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저자는 그러한 미국의 타락은 이미 부시 정권 초기부터 준비되어 있었으며, 그 중심 세력으로 네오콘이라 불리는 신보수주의 세력과 탄탄한 국민적 지지 기반을 지니고 있는 기독교 근본주의의 연합을 들고 있다. 눈먼 애국심으로 미국의 양심을 도려내고, 세계를 전쟁의 대역류로 끌고가는 그들은 누구인가?

《미국을 파국으로 이끄는 세력에 대한 보고서》의 1～4장에서는 지금의 미국 보수 세력의 뿌리는 어디에 닿아 있는지, 핵심 인물은 누구이며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그들은 무엇을 주장하는지, 그들의 세계관은 무엇인지, 미국 정치에서 차지하는 의미 등을 국제문제 전문기자의 분석적인 논리로 냉철하게 파헤친다. 또한 미국 정치의 구조도 일목요연하게 핵심을 짚어 살펴본다. 또 기독교 근본주의의 구성, 신념, 세계관과 그들이 미국 정치에서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파헤친 장은 이 책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이다. 특히 이 책에 실린 70여 장의 인물 사진과 명료한 프로필은 지금의 미국 정치를 끌어가는 이들의 얼굴과 표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5장과 6장에서는 이들 보수 세력의 집결지이자 동력인 부시 행정부와 부시의 행적을 하나하나 따라가며 비판적으로 살펴본다. 이라크 침공과 점령 과정을 가장 중점적으로 살핀다. 7장에서는 부시가 집권한 이후 한반도에 끼친 영향을 이라크 파병과 북한 핵 문제를 중심으로 알아보고 대응책을 모색한다.

부록으로 실은 ‘미국 국가안보전략 보고서’(일명 부시 독트린)는 미국 대외정책의 기조와 핵심을 보여주는 부시 정권의 가장 중요한 문건이다. 2002년 9월 발표된 이 보고서의 핵심은 이라크나 북한에 대한 선제 공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