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그러나 치열한 아줌마가 쓴 《중국행》
만약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외국으로 간 자식이 한 이태만에 외국의 유명대학에 합격한다면? 방언의 은사처럼 외국어가 술술 터져 준다면? 그 사이에 가보고 싶은 곳을 여행할 수 있다면? 그렇게 되면 ‘로또’는 안 되어도 행복하지 않겠는가.
이 책은 한 ‘이기적인 아줌마’가 2년 동안 중국에 머물면서 맨땅에 머리 박기 식으로 중국어를 배우게 된 과정과 자식을 북경대학에 입학시키기까지의 우여곡절을 솔직하게 그린 책이다. 중국어 한 마디를 배우기 위해 시장 상인과 택시 기사에게 용감하게 먼저 말을 걸고, 아들의 친구를 ‘선생님’으로 생각하며 그녀는 그녀만의 독특한 중국어 학습법을 깨우친다.
이 글을 쓴 이는 교환교수도 여행가도 아니다. 그저 밥하고 빨래하고 두 아이 키우던 평범한 아줌마일 뿐이다. 그래서 이 책에는 삶을 따뜻하게 응시하는 엄마의 시선이, 때로는 배우고자 하는 열정을 가진 학생으로 부딪치는 치열함과 무모함, 그리고 여행의 즐거움이 중국인들의 삶과 맛깔스럽게 버무려져 있다.

낯선 언어와 뻐근한 중국 생활을 이겨내는 법
2001년 2월, 이름을 대면 알만한 시인의 아내인 저자는 고1을 마친 딸과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을 데리고 남들이 다 가는 베이징이 아닌 산시성(山西省) 타이위엔(太原)행 비행기를 탄다. 1년 동안 중국어를 함께 배우면서 아이들에게 '좀더 큰 세상’을 직접 가서 보여주자는, 소박하지만 담대한 목적으로 말이다. 그녀는 언어를 배우기 위해서는 한국인을 쉽게 만날 수 없는 곳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낯선 이국의 도시에서 그는 도착하자마자 펑펑 운다.
“나의 중국행을 말리지 않은 주변사람들이 괜히 얄밉게 느껴졌고, 내가 구렁텅이에 빠져든 게 아닌가 하는 절망감이 나를 엄습하기도 했다. 그럴 때면 나 자신을 추스르지 못한 채 서럽게 울었다. 밥을 먹다가도 울었고, 길을 걷다가도 울었다. 씻다가도 울었고, 잠자다가도 울었다. 그렇게 며칠을 울었다.”(본문 중에서)
이 아줌마는 아이들과 똑같이 구르고 때로는 싸우고 부딪히면서 낯선 언어와 뻐근한 생활의 장벽을 부숴 나간다. 그녀는 방학과 휴가철이 되면 자녀와 함께 중국 곳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황폐한 중국의 농촌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도 하고, 세 시간이 넘게 연착하는 기차를 기다리면서 중국의 본질과 문화를 누구보다 꼼꼼하게 탐색한다. 그리하여 오지에서 자신감을 얻은 이 겁 없는 아줌마는 딸의 북경대 입학 준비를 위해 체류 기간을 연장하고 중국의 수도 베이징으로 진격하는데…….

이기적인 아줌마는 어떻게 자아를 실현하는가
그녀는 목표를 세우면 거기에 집중하는 것으로 이국 생활의 외로움을 이겨나갔다. 무조건 자식을 위해 희생만 하지도 않고, 단돈 천 원에 벌벌 떨지도 않았다. 자기 공부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돈을 들여 보모(파출부)를 쓰기도 한 속내를 솔직하게 들려준다. 아들 같은 보안, 딸 같은 엘리베이터 걸에게 음식을 건네는 자상한 이웃이고, ‘안동 찜닭’을 유학생 사회에 전수한 큰언니이기도 하며, 베이징 한가운데서 월드컵 응원을 펼친 조직부장이 바로 이 ‘이기적인 아줌마’다.
이 책 《중국행》은 단지 자식 잘 가르친 여편네의 극성 무용담에 머무르지 않고 한 인간의 자아 실현을 위한 노력이 경쾌하게 그려져 있음에 그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그녀는 자식 때문에 더 이상 질질 짜지 않는다.
그녀는 틈이 나면 여행을 했다. 중국을 거대한 피자로 놓고 한쪽 한쪽씩 야금야금 여행한 결과, 거의 유럽보다 더 크다는 중국 대륙 대부분을 둘러보게 된 것이다. 다퉁의 운강석굴을 비롯한 산시성 일대의 유적지, 장강 삼협과 장가계, 백두산, 상하이와 항저우, 쑤저우, 허난성의 뤄양, 구이린과 시안, 신장자치구 실크로드의 둔황, 그리고 네이멍구, 하이난도 등을. 우르무치에서는 여행 가이드가 없는 사이 팔자에 없는 가이드를 하며 유창한 중국어 실력을 뽐내기도 한 그녀다.

중국의 모든 것이 들어 있는 책 《중국행》
이민상품이 대박이고 아이 낳으러 미국에 가는 세상, ‘로또’를 사는 이의 손은 쓸쓸하다. 이 가을, 그 쓸쓸한 손에 《중국행》을 권한다. 아줌마가 쓴 《중국행》이라고 해서 한가한 여행기라고 생각하면 오해다. 이 책의 장점은 한국인으로서 중국인들의 삶을 밀착해 관찰함으로써 중국에 대한 피상적인 인식을 생생하게 구체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식공부에 어떤 프로그램을 원하는 중산층 엄마가 있다면 자녀 교육기가 될 것이고, 또 그 가족이라는 울타리에 갇혀 여행을 못 다니는 이에게는 쓸 만한 중국여행 안내서가, 당연히 중국어 학습법을 찾는 이에게는 병법서가 되지 않을까 한다. 또한 중국 생활을 막 시작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알기 쉬운 기본 생활 지침서가 되어 줄 것이다.
저자가 직접 발로 뛰며 찍어온 사진 수십 컷이 군데군데 시원하게 편집되어 책을 읽는 즐거움과 함께 보는 즐거움까지 더해준다.

《추천사》
한류(韓流) 열풍이 화제가 되더니 그보다 더한 강도의 중국 열풍 한풍(漢風)이 불고 있다. 미국, 캐나다, 영국 기러기가 대세였으나 최근에는 중국 기러기가 선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 책을 쓴 박성란씨가 바로 중국 기러기다. 그러나 두 자녀와 함께한 그녀의 중국 기러기 생활은 범상하지 않았다. 남들이 흔히 가는 곳을 마다하고 일부러 산시성 타이위엔의 ‘컴퓨터가 없는, 정확히 중국어를 배울 수 있는’ 환경을 자청하였다. 그로부터 2년, 타이위엔에서 베이징까지 아니 중국 방방곡곡을 온몸으로 배우고 익혔다. 박성란 씨 가족의 중국 생활은 텔레비전 프로그램 <도전 지구탐험대>와 <체험, 삶의 현장>을 합해 놓은 것 같다. 그리고 종내에는 <성공시대>에 이른다. 그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술술 풀어놓은 이 책을 읽다 보면 문득 또다시 중국에 가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리고 꼭 덧붙여야 하는 한 마디… '위대하도다, 한국의 어머니여…'
정길화(MBC 시사교양국 PD)

이 여자는 느닷없이 왜 집을 떠났을까. 남편만 놔두고는, 알토란 같은 애들만 챙겨서는, 뭘하겠다고 집을 나섰을까? 한 남자의 아내이면서, 두 아이의 어미인 여자가, 어느 날 문득 짐을 챙기는 풍경을 상상하면, 수상쩍은 느낌이 먼저 든다. 혹은, 스산하거나. 그래서 책의 첫 장을 펼치는 내 모습이 사뭇 전투적이다. 이 여자처럼 나도 느닷없이 집을 떠나, 알토란 같은 내 새끼하고,?이 여자가 살았던?중국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을 몇 페이지 넘기기도 전에?이 여자’의 글을 좇아 중국을 여행하는 일이 어느새 즐겁다. 나는 가볼 수 없었던 많은 곳의 아름다운 풍경들도 그러하지만 거대함, 그 이상인 나라 중국에서의 삶을 녹여내는 이 여자의 모습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떠나도 좋은 이유와, 그곳이 중국이어도 좋은 이유를 이 책 안에서 본다. 혹시 반드시 떠나야 하는 이유와, 반드시 중국이어야 하는 이유도 들어있는 게 아닐까? 책을 덮으려다가 다시 첫 장을 펼친다.
김인숙(소설가)

《책뒤에》
나는 왜 중국이라는 나라에 갔던 것일까?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명확한 목표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말이다. 다만 우리 아이들에게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 나라인 중국을 좀 알게 해주고 싶었고, 나 스스로도 삶의 어떤 여유를 갖고 싶었던 게 사실이다. 그게 과욕이었다고 남들이 웃지나 않을지 모르겠다.
한국인이 별로 없는 타이위엔에서 첫 해를 보냈다는 게 그 당시는 고통이었지만, 지금 와서는 퍽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중국어도 그래서 빨리 배울 수 있었다. 우리 식구에게 줄곧 호의를 베풀어준 조선족인 조태석 선생과 부인, 채설매와 장순옥 씨, 북쪽에서 망명해 살고 있는 김강 할아버지 부부, 그리고 중국인 장번 부부, 리우쉬네와 통통네 식구들 등 감사를 드려야 할 분들이 많다. 베이징에서 미운 정 고운 정이 든 많은 성당 식구들, 함께 공부했던 젊은 친구들에게도 고마웠노라고 인사를 전하고 싶다.
중국은 내가 기록하기에는 너무 크고 변화의 속도가 빠르다. 여기에 쓴 내용들이 얼마 후에는 까마득한 옛 이야기로 여겨질 것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유경이의 기숙사를 알아보려고 얼마 전에 베이징에 갔다가 타이위엔에 들른 적이 있었는데, 매일 밤거리를 밝히던 야시장이 온데 간데 없이 자취를 감춘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시시각각 변한다는 말이 지금의 중국에 딱 어울릴 성싶다. 시간에 무감각한 것 같으면서도 시계를 빨리 돌리는 나라, 내가 아는 중국은 그런 곳이었다.
글을 업으로 하는 사람의 아내로 산 지 이십 년이 가까이 되지만 내 이름으로 책을 낸다는 것이 쑥스럽고 행여 남편에게 누가 되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그리고 이 책 어디인가에 숨어 있을 크고 작은 오류는 눈에 띄는 대로 바로잡아 나갈 것을 약속드린다.
'피아오청란(朴誠蘭)'
중국인들이 나를 부를 때 쓰던 중국식 이름이여, 이제 안녕!

♧ 저자 소개

박성란朴誠蘭
전북 익산에서 태어난 지은이는 원광대 국사교육과를 졸업했다.
2001년 2월, 그는 딸(안유경)과 아들(안민석)을 데리고 중국행 비행기를 탄다.

1년 동안 중국어를 함께 배우면서 아이들에게 '좀더 큰 세상'을 직접 가서 보여주자는 게 목적이었다.
한국인을 쉽게 만날 수 없는, 중국에서도 오지에 속하는 산시성 타이위엔(山西省 太原)에서 그는 중국 사람들과 어울리며 중국어를 배웠다.
다퉁의 운강석굴을 비롯한 산시성 일대의 유적지, 장강 삼협과 장가계, 백두산, 상하이와 항저우, 쑤저우,허난성의 뤄양, 구이린과 시안, 신장자치구의 우루무치와 둔황, 네이멍구, 하이난도 등지를 여행하기도 했다.
그후 딸의 대학 입학 준비를 위해 체류 기간을 연장하고 베이징으로 이사해서 또 한 해를 살게 되는데, 이 책은 2003년 4월 귀국하기까지 2년 동안의 중국 생활 체험을 바탕으로 쓰여졌다.

지은이의 딸은 현재 북경대 중문과 1학년에 재학중이며,그도 귀국 후에 전북대 대학원 중문과에서 늦깎이 공부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