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우리 일상에 빛나는 그림을 걸어준다!
김영숙의 그림이야기는 미술이란 것이 단순히 지식이나 정보가 아니라 삶의 이야기임을 새삼 일깨워준다. 그녀가 낱낱이 해부한 세상이 미술이란 이름으로 고스란히 되살아난다. 그녀는 엘 그레코의 그림에서 깻잎머리 반항아를 보고 제롬의 그림에서 권력에 기생하려는 인간 심성을 읽어낸다.
-이원일(성곡미술관 수석 큐레이터 제3회 광주비엔날레 전시팀장)

아이들이랑 그림책을 볼 때 꼭 나오는 누드. 아이들이 “어 빨개 벗었네……찌찌도 다 나오고, 창피하지도 않나” 하면서 킥킥대면, “창피하긴 뭐 창피해?” 하고 얼버무리며 책장을 휙 넘겨 버렸지요. ㅋㅋㅋ, 근데 이젠 아닙니다. “그건 말야, 우리 사람의 몸은 너무나 아름답기 때문에 그림으로 그리거나 조각을 한단다. 특히 여자들의 몸이 더 아름답거든……” 하죠. “찌찌가 왜 이렇게 뿔룩해?” “왜 이렇게 뚱뚱해?” 하면 “응, 옛날에는 이렇게 통통한 여자들이 더 아름답다고 생각했거든” 하고 덧붙이기까지 하지요. ㅋㅋㅋ, 실은 나무그림님의 해설을 도용한 겁니다.
-ID 모니카(thesedreams@hanmail.net)

디지털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음악, 미술, 시는 삶과 전혀 상관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여기 이 한 권의 책은 참 반갑고 소중하다. 그녀가 재치있고 쉬운 언어로 멀어지고 잊혀졌던 아름다운 그림들을 끄집어내서 우리의 일상에 걸어준다.
-이현(화가)

저는 회화를 전공한 사람입니다. 그러니 그림과, 그림에 대한 평론을 많이 접했다면 접했다고 할 수 있지요. 나무그림님의 솔직하고도 거침없는 시선이 일정한 틀 안에서 그림을 보려는 제게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ID narive(nariv7124@hanmail.net)

그녀의 글을 읽다보면 음악이란 것도 미술이란 것도 사실은 다 한 가지란 느낌이 든다. 나무그림이란 아이디에서 느껴지는 나무같이 투박하지만 그림처럼 강렬한 언어가 음악만 편식하던 내게 그림이란 맛을 새롭게 전해준다. 그녀의 이 편안한 글들은 혼을 다해 작품을 완성한 화가들에게 바치는 최고의 경의라는 느낌마저 든다.
-황선숙(MBC 아나운서)

그녀의 그림이야기에는 뭔가가 있다!
“와아, 저거 다 팔면 돈 되겠다.”
그녀 자신의 말에 의하면, 그녀는 과천 현대미술관에 있는, 텔레비전으로 탑을 만들어놓은 백남준의 작품을 보면서 이렇게 “지껄이면서도” 별 부끄러움을 못 느끼는 사람이다. 한데 그런 그녀가 인터넷에 올리는 그림이야기가 많은 여성사이트들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팬클럽이 생길 정도로 인기 있는 이유는 뭘까?

그녀는 미술사가들이나 화가들이 기겁할 일을 겁 없이 해댄다. 너무 높아서 손이 닿기도 힘든 곳에 걸린 그림을 떼어내어 바닥으로 내려놓고 편안하게 즐긴다. 인체를 비정상적으로 길게 늘여놓은 엘 그레코의 그림에서 멀쩡한 교복치마 길이를 줄이고 운동화를 꺾어 신어 튀어 보이려는 요즘의 깻잎머리 반항아들을 보는가 하면, 조지아 오키프의 거대한 꽃그림을 '사랑'과, 고갱의 강렬한 색채를 '운명'과 짝지워놓는다.

“자기 그림을 바닥에 내려놓고 마음대로 지껄이는 제 얘기가 때론 그 그림을 그린 화가들의 심사를 뒤집어놓을 수도 있을 겁니다. 그나마 다행이지요? 제가 얘기하는 화가들이 거의 이미 이 세상을 떠난, 그리고 한국말이라고는 못 알아먹는 서양사람들이니 말입니다.”

하지만 앵그르와 모네의 그림을 대조시켜 신고전주의와 인상주의의 차이를 한눈에 보여주고, 프랑스 혁명 당시 급진주의자였던 마라의 죽음을 각각 '고귀한 죽음'과 '두려움과 불안의 정서'로 그려놓은 다비드와 뭉크의 그림을 나란히 놓아 신고전주의와 표현주의가 얼마나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그녀의 민첩한 솜씨는 예사롭지가 않다.

특히 '누드 이야기'에서 처음에는 남자의 몸을 주로 표현하다가 여자의 몸을 표현하게 되고, 여자의 몸을 표현하는 방식에서도 조금씩 변화가 있어 왔던 과정을, “너희 여자들, 하나 없는 것들! 너희들은 불완전해서 그릴 수가 없어!” “어, 여자 몸도 그런 대로 괜찮네” “아이 참, 뭘 보세요, 난 창피해서 딴 데 볼래”(그리스 조각) “야, 나 좀 봐”(마네의 누드) “너, 나 없이 살 수 있어?”(클림트의 누드) 등 단 한마디로 요약해내는 대목에서는 그녀의 민첩함이 더욱 빛을 발한다.

그녀는 피카소의 '음흉한' 그림 '도라와 미노타우로스'가 전시회 포스터로 파리 시내 곳곳에 나붙었던 '피카소 에로틱전'을 소개해주기도 한다. 전시회 팜플렛을 어렵사리 구해서 보던 그녀의 입술은 '노인네가 주책이군' 하는 얄궂은 미소로 비틀어진다. 그러나 곧 그 '음화'들 속에서 인간의 속된 감성을 제대로 된 그림으로 표현해보고자 했던 대가의 열망을 감지하고서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파리지앵들은 미노타우로스가 여성의 성기에 입을 맞추고 있는 그 음흉한 그림을 시내 곳곳에서 만났을 겁니다. 그 도시의 아이들은 속된 성이 때론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를 자연스레 배우게 되겠지요.”

엄마 덕분에 역시 그림 애호가가 된 그녀의 어린 딸은 언젠가 쿠르베의 '누드와 앵무새'를 학교에 들고 가서 또래 친구들에게 보여주었다가 “너무 야하다” “너희 엄마 이상하지 않아?” 하는 얘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때 그녀는 딸에게 “누드는 야한 게 아니라 가장 아름다운 작품”이라고 상세하게 설명해주어야 했다.

그리스 미술을 설명하는 데서는 딸이 그린 그녀의 얼굴을 볼 수 있다. 딸은 그녀를 긴 속눈썹, 새빨간 입술, 초록색 눈동자, 갈색 머리칼을 가진 어여쁜 여인으로 그려놓았다.
“그림은 이뻐야지, 그대로 그리면 밉잖아. 엄만 머리도 맨날 이상하게 하고 있구, 화장도 안 하잖아…….”

짧은 속눈썹에 밋밋한 얼굴의 엄마라는 현실을 만화나 영화에서 본 아름답고 고상한 여인으로 이상화하는 것. 그녀의 말에 의하면, 이게 바로 고전주의 미술의 핵심이다. 이렇듯 그녀가 독특한 해석과 함께 시원시원한 크기로 보여주는 그림들은 결코 '우아 떠는' 예술이 아니다. 그녀가 펼쳐 보여주는 것은 다름 아닌 우리 삶과 내면의 풍경들.

'낯선 그리움' '어딘가 삶이 새고 있다' '작은 분노' '세상에 없는 향기를 찾아서' '세상이 좀더 평화로우면 좋겠다' '언제였더라, 관능이 내 것이던 때가' '그림세상 속으로' 등 모두 7부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에는 이밖에도 세계의 유명한 미술관에 대한 정보와 예술가들이 사랑했던 도시들에 대한 이야기, 공짜로나 그림을 볼 수 있는 사이버 미술관을 찾아가는 24가지 방법이 덤으로 실려 있어 그림 즐기는 재미뿐만 아니라 그림을 즐길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정보를 얻는 재미도 쏠쏠하다.

저자 소개
김영숙 목욕탕에서 여자들의 벗은 몸을 훔쳐보면서 루벤스와 쿠르베의 누드를 떠올리는 여자
이 책의 저자 김영숙은 주한 칠레 및 볼리비아 대사관에서 일하다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그만두었다. 육체적으로 고달프면서 정신적으로는 공허해지는 게 가사일이라고. 아이를 키우고 집안일을 하는 동안 바깥출입은 엄두도 못 냈고, 짧기에 그나마 틈틈이 읽을 수 있는 시집만 이삼백 권을 읽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그림과 만나게 된 것은 남편의 해외출장에 동행하면서. 그녀는 물감 튜브 하나를 통째 짜바른 듯 두텁고 거칠면서 꿈틀거리는 듯 구불구불한 선들로 그려진 고흐의 그림을 실제로 보고 충격을 느꼈고, 선생님이 유치원생들을 미술관으로 데리고 와서 바닥에 앉혀놓고 그림을 설명해주는 모습을 보고 아이한테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때부터 미술책들을 구입해서 보고 또 보고, 기회가 될 때마다 국내외에 있는 미술관에 직접 가서 그림들을 보려고 노력했다.
이제 목욕탕에서 여자들의 벗은 몸을 훔쳐보면서 루벤스와 쿠르베의 누드를 떠올릴 정도로 狂이 돼버린 그녀는 네티즌들의 열렬한 지지에 힘입어 이 책 외에도 어린이들을 위한 '그림으로 보는 신화 이야기'를 곧 출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