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공포와 충격 속으로 몰아넣었던 9.11 테러의 아침 9시, 그는 한 초등학교 교실에 들어가 있었다. 그가 아이들이 책 읽는 것을 지켜보기 시작한 3분 후, 누군가 다가와 그의 귀에 속삭였다. "우리는 공격당하고 있다"고. 순간 그는 창백한 모습으로 말을 잊은 채 7분 정도를 더 그곳에 앉아 있었다. 그 시간동안 그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한 것일까? 그는 미국 대통령인 조지 W. 부시였고 9.11 테러를 일으킨 흉악범은 오사마 빈 라덴이라는 사우디 출신의 테러리스트였다. 그런데 그 순간 직후 적으로 돌아서긴 했지만 한때 부시 가문과 빈 라덴 가문이 끈끈한 '공생 관계'에 있었다는 사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실제 텍사스 주지사 시절 부시는 그의 석유 회사에 탈레반 고위층들을 초대했고 극진한 대접을 베푼 바 있다. 빈라덴 가문 또한 부시 1세가 대통령 퇴임후 고문으로 영입된 모 기업의 주요 투자자 중 하나였다.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화씨 9/11'의 원작이기도 한 이 책에서 저자인 마이클 무어는 부시에게 "내 나라를 돌려달라"고 주장한다. 그가 보기에 현재의 미국은 모든 나라를 적으로 만들었으며, 고위층 만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감세정책이 적극적으로 시행되고 있고 테러리스트를 길러내는 헌법 수정조항 2조 '총을 소지할 권리'를 강력히 옹호하는 나라가 되고 말았다. 이런 상태의 미국을 바꾸기 위해 그는 "부시를 백악관에서 쫓아내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그는 심지어 올해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서 부시의 재선을 막을 선거전략을 제안하기도 한다. 부시를 비롯한 미 지도층의 추악한 모습들과 전세계로 상대로 벌이는 그들의 거짓말을 낱낱이 까발리는, 재미있고도 진지한 책. * 책을 펴내며 그가 감사를 전한 이 중에는 '앤 스퍼래니즈'라는 도서관 사서의 이름이 언급돼 있다. 그녀는 마이클 무어의 전작 『멍청한 백인들』을 '구한' 도서관 사서로 소개되고 있는데, 전말은 이렇다. 『멍청한 백인들』은 9.11 테러 전날 5만부가 인쇄됐지만, 책들은 서점에 진열되지 못했다. 출판사는 그에게 책의 절반을 다시 쓰라고 요구했으며 부시 대통령의 눈에 거슬리는 부분 또한 삭제를 요구했다고 한다. 그는 당연히 거절했고, 출판사는 5만부의 책 전부를 "펄프로 만들어서" 재활용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다. 이런 대치 상태는 무어와 한 도서관 사서와의 통화로 그 내용이 알려지게 되었고, '앤 스퍼래니즈'라는 사서는 다른 사서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그의 책이 판금상태에 있다고 알려주었다. 이 사태에 '분노한' 많은 사서들이 출판사와 경찰에 항의하기 시작했고, 비로소『멍청한 백인들』은 햇빛을 보게 되었다. 이 책은 '해금'뒤 몇 시간만에 아마존 1위에 올랐고, 2003년 8월 현재 52쇄를 찍고 있다고 한다. 언론의 자유가 세계 최고라고 자부하는 미국에서도 '마이클 무어'는 껄끄러운 존재들이었던 모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