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가의 할 일을 '양손의 논리'에 빗대어 설명한 '편집자의 말'에서부터 <세계의 문학 105호>가 주는 느낌은 각별하다. <주례사 비평을 넘어서>를 탐독한 후에 썼을 것이 분명한 편집자의 말은 이 문학 잡지의 편집위원들을 다시 보게 하는 참신함이 있다.

이번 호는 다소 어렵고 또 재밌는 대칭적인 컨텐츠를 담고 있다. 보튈의 소설 '임마누엘 칸트의 성생활'과 이스라엘의 신세대 작가 에트가 케렛의 짧은 소설 3편, 김화영 교수의 '미셸 투르니에와의 만남'이 독자들을 기다린다. 같은 인터뷰라도 누가 어떻게 이야기를 펼쳐갔는가에 따라 느낌이 천차 만별이다. 김화영 교수는 투르니에 문학에 대한 깊은 이해와 노작가에 대한 친밀감으로 천천히 오래 읽고 싶은 인터뷰를 만들어냈다.

'새로운 문학 이론을 찾아서'는 현대 사회학의 혁신자 게오르크 짐멜의 '유행의 철학'을 소개한다. 번역을 맡은 조형준 씨는 "짐멜이 벤야민과 더불어 가장 고독하고, 그래서 가장 독창적인 사유를 생산해 낸 20세기 초 사상가 중의 한" 사람이라고 추켜세웠다. 서구에서는 새삼 주목받는 사상가라니, 다수 지식인들의 호기심을 끌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