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넓은 중원의 패권을 손에 쥐기 위해 당대 최고의 야심가와 엘리트들이 끊임없이 공방을 벌였던 춘추 전국 시대. 그 치열했던 한판 승부의 현장에서 활약했던 열국(列國) 제후와 책사들의 부침과 패권의 향방을 좇은 『춘추 전국의 패자와 책사들』이 출간되었다. 2500여 년 전 중국 대륙 한복판에서 펼쳐졌던 이 기나긴 승패의 파노라마는 초기 중국과 중화민족 형성의 역사라 하겠으나, 그 속에 혈액처럼 흐르고 있는 도전과 성공과 좌절의 기록들은 시공을 넘어 생존의 장 어디에서나 되풀이되는 보편적인 인간사의 본보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중원의 지배자들
춘추 시대 첫 패자(覇者)에 오른 제(齊)나라 환공에서부터 중국 최초로 통일 제국을 일군 진시황(秦始皇)에 이르기까지 춘추 전국의 수많은 제후들은 패업 달성의 염원에 살았다. 그 중에는 19년 방랑 끝에 이순이 넘어서야 즉위하여 패업을 이룬 대기만성의 현군 진문공(晉文公)이 있었고, 오랑캐국의 한계를 떨치고 중원 진출에 성공했던 진목공(秦穆公)과 초장왕(楚莊王)이 있었으며, 숙명의 라이벌로 2대에 걸쳐 치열한 역전 재역전의 명승부를 펼친 오와 월의 제후 부차와 구천이 있었다. 이어 전제(田齊)의 출범과 3가분진(三家分晉)으로 재편된 전국 시대에는 진(秦)·초(楚)·연(燕)·제(齊)·한(韓)·위(魏)·조(趙) 7웅들이 합종과 연횡의 혼전과 난투 속에서 흥망을 거듭하며, 목공 이후 초강국으로 성장한 진나라에 대항하는 형국을 형성하였다. 그리고 진왕 정에 이르러 춘추 전국 500년 혼란은 막을 내리게 된다.

패자 곁에는 늘 책사가 있다
탁월한 지모와 병법으로 무장한 책사(策士)는 패업 달성의 필요충분 조건이었다. 주나라 창건의 일등공신 강태공, 제환공의 첫 패업 달성을 뒷받침한 관중, 오(吳)의 부국강병을 주도한 오자서와 손무, 그리고 월(越)나라 왕 구천의 와신상담을 독려한 범려 등등이 바로 그들이다. 전국 시대에 들어서는 이리와 오기가 위(魏)의 부흥을 일구었고, 상앙은 철저한 개혁으로 진(秦)을 반석 위에 올려놓았으며, 손빈과 인상여는 제(齊)와 조(趙)의 국력 신장에 선봉이 되었다. 또 합종과 연횡을 주창하며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생존의 길을 도모했던 장의, 공손연, 소진 등의 종횡가와 양사(養士)로 유명한 4공자는 전국 시대 후기 이합집산의 정국을 주도하였다.
피 말리는 전장과 급변하는 정국의 고비고비에서 온몸을 내던져 승부했던 이들과 함께, 사마천이 “그의 마부가 되는 것조차 마다 않겠다.”고 한 명재상 안영과 능란한 외교술과 정치 개혁을 앞세워 약소국 정(鄭)나라를 안정시킨 자산 등의 권신과 재사들은 춘추 전국 그 치열했던 영욕의 시대의 주역이었다.

흥망의 한판 승부는 끝나지 않았다
실력도 없이 패권을 노리던 송양공은 홍수 전투에서 초에 패해 헛된 꿈을 접었고, 진(晉)은 초(楚)와의 성복 전투에서 이겨 패자에 올랐으나 필지전의 패배로 영광의 자리를 되물려주어야 했다. 춘추 시대 후기 최대 하이라이트인 오·월의 접전은 와신상담의 굴욕을 견디며 치밀하게 복수의 칼날을 간 월나라 구천의 승리로 결말이 났다. 한편 전국 시대 최고의 전략가인 손빈은 마릉 전투에서 출중한 병법을 구사하며 방연의 군대를 완파하고 자신의 원한을 갚음과 동시에 위(魏)나라에 치명타를 안겼다. 또 전국 시대 최후의 격전이었던 장평 전투에서 지상담병의 일인자인 조괄의 허풍에 조(趙)나라는 수십만의 군사가 생매장당하는 처참한 패배를 당하며 몰락의 길을 걷게 되고, 진(秦)나라는 절대 강국으로 도약하게 되었다. 이후 연합항진(聯合抗秦)을 내세우며 초강국 진에 대항하는 열국의 마지막 몸부림이 있었으나 꾸준한 부국강병으로 막강한 국력을 구축한 진나라의 상대가 되지는 못했다. BC222년 연(燕)나라는 자객 형가를 보내 진나라 왕 암살을 시도하지만 대세는 진나라 편, 이를 모면한 진왕 정은 연과 제를 차례로 무너뜨리고 이듬해 통일 제국을 건설하기에 이른다.
이처럼 길고긴 오백년의 진통은 통일 제국 진을 낳으며 일단락되었지만 이후 역사는 수없이 같은 산고를 반복하였으니 우리는 춘추 전국의 역사와 인물들을 돌이키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