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 독일 문학을 대표하는 릴케는 우리에게 시인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그가 시인으로서 성장하기까지 산문에 대한 그의 관심을 간과할 수 없다. 처녀시집 <삶과 노래>와 보헤미아 향토와 관련된 많은 시들을 담고 있는 시집 <가신에게 바치는 제물>을 제외하면 초기의 릴케는 산문을 많이 쓴 작가이다. 산문작가로서 그의 문학수업 과정은 대시인이 되기 위한 전 단계라고도 볼 수 있다. 이 산문집에서 릴케가 다루고 있는 커다란 주제는 죽음이다. 이 죽음의 주제는 현실적 삶과 갈등관게를 이루면서 예술적 삶의 문제로 전개된다. 즉 죽음은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변용의 과정이다. 이러한 현실 ||^밖||^의 세계는 부모와의 갈등을 극복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서, 시민적 삶과 예술적 삶의 대립뿐 아니라 종교적 층위의 존재형식을 지칭하기도 한다. 현실적 삶의 종말 또는 어두움인 죽음을 극복함으로써 릴케는 에술적 삶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묘사하고 있는 이 산문집은 1893년부터 1902년까지 여러 곳에 발표된 글들을 모은 것이다.

1875년 당시 오스트리아 제국의 지배 아래 있던 체코의 프라하에서 태어났다. 하사관에서 장교로 입신하는 게 꿈이었던 아버지와 유복한 집안 출신으로 소녀 취향을 갖고 있던 어머니 사이에서 일곱 살 때까지 여자아이로 길러졌다가 1886년 아버지에 의해 육군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참담한 시련의 시기로 묘사되고 있는 이 시절에 릴케는 처음으로 시를 쓰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시기의 시들은 주로 감상적이고 미숙한 연애시들이 주종을 이루었고 이러한 경향은 1896년 살로메와의 만남을 통해 크게 선회하게 된다. 특히 두 번에 걸친 러시아 여행과 스위스를 비롯한 이탈리아 각지를 여행하면서 얻은 깊은 정신적 영감을 바탕으로 초기시의 대표작 <기도시집>이 완성되었다.

그밖에도 브릅스베데의 화가촌에서 하인리히 포겔러와의 만남, 1902년 파리 방문을 통한 로댕과의 만남은 <형상시집>, <말테의 수기>의 집필 동기가 되었다. 또한 비슷한 시기에 씌어진 <신시집>은 사물시의 결정으로서 로댕과의 만남에서 얻은 조형 예술 세계 체험의 소산이라 할 수 있다.

스위스 체류와 제1차 세계대전의 체험, 아프리카와 에스파냐 등지의 여행은 릴케 말년의 역작인 <두이노의 비가>, <오르포이스에게 바치는 소네트>에 녹아들어 죽음으로써 삶을 완성하는 존재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였다.

사람과 사물, 풍경과 만남에서 그 내면을 응시하여 본질을 이끌어내고자 한 그의 글쓰기는 20세기 독일 현대 작가들 사이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인정받고 있다.

1. 펜과 칼
2. 피에르 뒤몽
3. 바느질하는 여자
4. 황금빛 상자
5. 어느 죽은 여자
6. 특이한 사람
7. 사도
8. 죽음의 무도
9. 판타지
10. 한 여자의 희생
11. 앞뜰에서
12. 일요일
13. 성스러운 봄
14. 가면극
15. 멀리 보이는 풍경
16. 조용한 배웅
17. 세대 차이
18. 에발트 트라기
19. 삶 속에서
20. 마귀 소동
21. 판 므라즈의 웃음
22. 어느 저녁의 기록
23. 체육 시간
24. 어느 아침
25. 추기경
26. 블라하 부인의 하녀
27. 반사된 빛
28. 집
29. '비탈리가 잠에서 깨어났다'
30. 한 소녀의 편지에서
31. 두 가지 단편
32. 알브레히트 오스터만
33. 용을 물리친 용사
34. 무덤 파는 사람
35. 해설
36. 연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