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수교 그 이후>
한중수교 이후 한중 관계는 비약적으로 발전해왔다. 수교 원년인 1992년 양국 간 교역 총액은 64억 달러였으나, 수교 20주년을 앞둔 2011년 교역 총액은 2,200억 달러로 무려 34배가 성장했다. 또한 수교 원년에는 13만 명이 한국과 중국을 오갔지만, 2011년에는 자그마치 620만 명의 양국 국민이 서로를 오가는 항공기와 선박에 몸을 실었다. 50배가 뛰어오른 것이다. 거의 10분 가격으로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셈이다.

한국의 전체 교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 이상, 수출액으로는 25%를 차지한다. 무역으로 먹고사는 우리나라가 1/4 정도의 수입원을 특정한 국가에 의지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과 한국은 이제 거의 하나의 경제공동체로 묶여 있다. 그러나 동등한 공동체가 아니라 ‘우리(한국)가 중국으로부터 지대하게 영향을 받는’ 공동체이다. 중국의 고령화가 심화되고 제조업 생산이 위축될수록 우리가 수출에 입는 손해도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한국의 경우,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 하락할 때마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0.3% 정도 동반 하락하는 영향을 받는 것으로 여러 연구 조사 결과가 보여주고 있다.

<수교 이후 발생한 문제들>
1992년 이후 한중수교가 계속 긍정적인 영향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수교 이후 한국인이 연루된 중국내 범죄 사건이 줄을 잇고 있다. 2011년 말 기준으로 중국의 수형시설에 구속되어 있는 한국인은 313명인데 그중에 108명이 마약사범이다.

또한 한중수교 직후 우리 기업의 상당수는 저렴한 인건비와 풍부한 노동력을 중국 시장의 매력으로 보았다. 그러나 2001년 LG경제연구원에서 ‘중국 더 이상 저임금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를 보듯이 중국의 저임금에 대한 환상은 금방 사라졌다.

역사문제에 있어서 단순히 고구려사 문제뿐만 아니라 발해사, 백두산, 간도, 이어도, 강릉단오제 등의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또 인터넷에서의 부정적 정서의 재생산이 양국 간의 정서를 매우 악화시키는 작용을 하고 있다. 심지어 중국 전문가들은 한미동맹의 문제보다 더 큰 한중 관계의 장애로 역사 분쟁을 꼽기도 한다.

<미래 한중관계의 방향>
한중 관계 20년사를 되돌아보는 결코 짧지 않은 책을 쓰면서 내내 가졌던 질문은 ‘과연 한중 관계란 존재하는가?’라는 물음이었다. 우리가 ‘한중 관계’라고 말해 왔던 대부분의 문제는 대체로 중미 관계의 종속변수였거나, 남북 관계나 북한 문제의 파생변수였다.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변수들에 휘둘려왔던 지난 20년이었지만 남북 관계와 한미 관계가 변화를 시작하면 그러한 변수들로부터 우리는 상당부분 자유로워질 것이고, 점차 정세를 주도하는 경험도 축적할 수 있게 된다. 통일된 한국이 바로 그러한 온전한 한국으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그때에 한중 관계도 새로운 출발점에 다시 서게 될 것이다.

추천사 / 다시 중국을 생각하며
프롤로그 / 中共에서 中國으로
수교前史 /냉전의 얼음판을 건너
1992년 / 씨줄 북방정책, 날줄 개혁개방
1993년 / 변화의 조짐
1994년 / 엇나가는 북한
1995년 / 과연 ‘인구대국’인가?
1996년 / 3백만 명이 굶어 죽다
1997년 / 거인, 숨을 거두다
1998년 / 협력 동반자 관계
1999년 / 재외동포법과 중국 조선족
2000년 / 마늘에 태클을 거니……
2001년 / 웅비하는 잠룡
2002년 / 북한과 중국 사이
2003년 / 몰매를 맞은 중국
2004년 / 세계의 자원을 빨아들이다
2005년 / 시장경제지위
2006년 / 고구려 소유권 분쟁
2007년 / 5세대 지도부 등장
2008년 / ‘민족주의’라는 괴물
2009년 / 먹고 살만 해지니……
2010년 / 과연 ‘전략적’ 동반자인가?
2011년 / 강한 중국의 시동
2012년 / 기적의 20년
에필로그 / 친미와 친중을 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