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착각과 오판은 없다 !
비교적 옳은 판단을 해왔다고 믿는 당신의 착각을 여지없이 깨 주는 책 !

1. 이 책에 대하여
이끌리오에서 새로 펴낸《생각의 기술》은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숱한 사안에 대해 지금까지 막연히 생각해왔던 그대로 판단하는 바람에 너무나도 쉽게 착각과 오판에 빠져들 수 있음을 보여주면서 매사에 회의(懷疑)하며 논리적 함정에서 벗어나는 체계적인 생각의 틀을 만들어주는 책이다.

함부르크대학 의학과 교수인 두 지은이는 낚시, 날씨, 쇼핑, 주식, 운전, 부부 관계 등과 관련한 일상적 판단에서부터 사람의 운명을 가르는 사법 재판, 암 정기 검진, 신약 개발, 임상 연구 등에 관련한 판결·해석·분석에 이르기까지 두루 섭렵하면서 기존 논리의 함정과 그 함정에 쉽게 빠질 수밖에 없는 우리의 생각과 판단의 논리적 허약성을 통계학적인 방법으로 분석하고 진단한다. 자칫 딱딱해 보일 수 있는 주제를 담은 이 책이 아주 재미있게 읽히는 것은 두 지은이의 유머와 재치 가득한 입담과 더불어 독특하고 재미있는 인물을 설정하여 등장시킨 데서도 크게 힘을 입는다.

연구실에 틀어박혀 살다가, 냉장고가 빈 것을 보고 아내는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의사, 확신에 찬 개연성의 논리를 구사해 살인 사건 재판에서 놀라운 반전을 이루곤 하는 매력적인 여변호사, 만나기만 하면 좌우로 갈라져 싸우는 보험회사 직원과 수학자, 출세를 위해서라면 그 어디든 달려갈 것 같은 의학 연구원 등이 등장하여 풀어나가는 이야기 속에서 우리의 일상 하나하나는 확률과 통계의 정확한 수치로 분해되기도 하고 우리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생활 곳곳에 도사리고 있었던 착각과 오판의 함정이 여실히 드러나기도 한다.

등장 인물들을 따라 이야기 속에 빠져들다 보면 어느새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믿었던 것이 결국은 아주 취약한 선입견과 판단 미숙으로 만들어진 논리적 허상이었음을 알게 된다. 뛰어난 교수법으로 함부르크대학에서 피셔 아펠트 상을 받은 지은이들답게 복잡해 보이는 주제를 재미있게 다듬어내어 독자들을 끝없는 생각의 소용돌이로 빠뜨리는 재주는 특기할 만하다.

2. 이 책의 주요 내용
어떤 일이 일어날 개연성에 대한 인식
우리는 흔히 저녁 하늘을 보고 내일의 날씨를 예상하고, 사람의 됨됨이를 보고 그 사람의 신뢰도를 평가한다. 증거를 보고 범인을, 뉴스를 보고 앞으로의 증권 시세를 추측한다. 또한 학술 자료를 보고 규칙성을 밝혀내기도 한다. 한마디로 말해 현재의 정보를 이용하여 이런저런 사건이 앞으로 일어날 개연성이 얼마나 되는지 추론하는 것이다. 이 개연성의 논리는 우리에게 훨씬 친숙한 결정론적인 인과론과는 다르다. 예를 들어, 이웃에 사는 여자가 검은색 소나타를 타고 다니는데 동네에서 검은색 소나타가 지나간다고 해서 항상 그 차에 그 여자가 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같은 동네도 아니고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검은색 소나타를 보고 그 여자가 타고 있다고 생각해서 손을 흔든다면 더 우스운 꼴이 된다. 반대로, 소방차를 개조하여 만든,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앞집 남자의 경우는 다르다. 더구나 운전법도 그 남자밖에 모른다고 하면 그 차가 어디서 목격되든 그 차에는 바로 그 남자가 타고 있는 것이어서 손 인사가 자연스러울 것이다. 아주 단순화시켜 설명을 했지만, 이렇듯 어떤 일에 대한 판단은 그 일이 일어날 가능성, 다시 말해 개연성에 기초를 둘 때 결정론적 인과론의 경우와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어찌 생각하면 우리의 일상 생활에서 이 두 논리의 차이를 구분지어 가며 생각하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어쩌면 그냥 무시해버리는 편이 편할지도 모른다. 단, 그 차이가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무시하는 경우에 말이다. 의학적인 판단이나 법원의 판결이 그러한 판단의 오류에 기반을 둘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이제 우리의 생각, 판단의 습관에 대해 한번 점검해볼 필요성은 더 커질 것이다. 이 책의 강조점은 바로 이것이다.

개연성의 논리와 인과론적 논리
이 책에서는 우선, 여러 가지 짤막한 일상 생활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인과론이 잘못된 결론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앞서 든 '자동차에 인사하기'의 예와 함께, '뺑소니 택시는 파란색'이었다는 목격자의 진술이 그대로 인정받을 수 없게 된 사연이다. 파란색 택시 회사측 변호사는, 사고가 난 지역의 택시는 30대로, '파란색 택시가 다섯 대, 초록색 택시가 스물다섯 대'라는 정보를 바탕으로 목격자의 진술을 참작하여 뺑소니 택시가 파란색이었을 개연성을 계산한다. 그 결과 목격자가 뺑소니 차는 '파란색'이라고 주장했음에도 불구하고 파란색 택시측은 44%의 배상만을 하게 된다. 목격자가 파란색 택시를 보았다고 진술했지만 결국은 파란색 차가 뺑소니 차인(인과론) 것은 아니다(개연성의 논리).
유리할 것 같은 정보가 오히려 불리한 정보
처음엔 유리한 것 같아 보이던 증거가 불리한 증거가 되기도 하고 그 반대가 되기도 한다. 전혀 중요하지 않아 보이던 사소한 사실이 결정적인 추가 정보로 거듭나기도 한다. 한때 미국 전역에서 화제가 되었던 O. J. 심슨 사건(심슨의 전 부인이 살해되어 심슨이 살해 용의자로 재판을 받았다. 시간이 갈수록 심슨에게 불리한 증거가 드러났고, 심지어 자기 아내를 폭행했다는 사실이 밝혀짐)에서 심슨 측 변호사인 더쇼위치가 "아내를 폭행하는 남편 중 아내를 살해한 비율은 0.1%에 불과하다."며 이것을 통해 보더라도 심슨은 99%(정확히는 99.9%) 무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이 정보를 바탕으로 계산을 하면 오히려, 남편에게 구타당하던 여성이 살해된 경우, 그 중 80%는 남편이 범인이라고 밝혀낸 I. J. 굿의 계산 내역이 소개된다.

두 개 이상의 정보를 결합해 살인자의 혐의를 벗기다
불리한 목격자들의 진술로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어 궁지에 몰린 정원사 빌리 바스니흐. 그러나 변호사 베라 프리오리는 그 진술들을 정원사의 혐의를 벗겨주는 데 이용한다. 겉보기에 불리할 것 같은 정보를 결합하여 놀라운 결과를 보여주며 진실을 밝힌다. 한편의 짧은 추리 소설을 읽는 느낌을 준다.

암 정기 검진
검진 결과가 양성이라 해도 지나친 걱정과 공포는 금물! 실제로 암에 걸릴 개연성은 환자의 나이와 어떤 위험 그룹에 속해 있는지가 관건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독일의 의학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살펴보면, 직장암에 걸릴 개연성을 두 연령층(75∼79세, 30세∼34세)으로 나누었을 때 검사를 받기 전에 암에 걸릴 개연성(발병률)은 나이와 관계가 있고 검사를 받고 난 후의 개연성은 나이와 검사 결과에 달려 있다(검사 결과가 양성이라 해도 실제 발병률은 연령층에 따라 다르므로). 검사 결과가 양성이면 실제로 직장암일 개연성이 높아지고 음성이면 개연성이 낮아진다. 그러나 양성 결과 통지를 받은 젊은 남자가 직장암에 걸릴 개연성은 음성 판정을 받은 노인보다 세 배가 적다. 따라서 통계상으로 볼 때 검사 대상의 연령을 알지 못할 경우 검사 결과에서 확실한 결론을 끌어낼 수가 없고 발병률을 알지 못하면 조기 검진도 아무 가치가 없다.

임상 실험과 통계의 관계
의사인 베티나는 환자 여섯 명을 대상으로 한 신약의 임상 실험에서 세 명에게는 신약 브링트닉스틴을 투약하고 다른 세 명에게는 투약하지 않았다. 그녀는, 투약한 세 명은 성공, 나머지는 실패로 기록한다. 임상 실험 결과의 가능성은 총 20가지이다. 베티나가 목격한 결과가 우연일 개연성은 20분의 1로, 5%이다. 이 5%라는 수치로 볼 때 결과는 '통계학적으로 유의(有意)하다'(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학계의 게임 규칙). 그러나 통계학적으로 유의하다고 해서 신약이 효과가 있는 것인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소위 '통계학적으로 유의한' 결과를 곧바로 어떤 것의 효능으로 결론짓는 것은 정말 미심쩍은 일이라는 말이다. 통계학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단지 실제로는 전혀 차이가 없다는 전제 아래 특정한 결과가 나올 개연성이 얼마인지만 계산할 수가 있는 것이다. 베티나는 실상이 이런 결과를 발표하러 국제 학술 회의에 나가야 하는 것에 난감해하지만 지도 교수의 뜻에 따라 결국 출셋길을 택하여 떠난다. 이를 본 베티나의 사촌, 수학자 마티아스는 "재미있게 놀다 오라"고 놀린다.

무작위 선택 방법을 선택한 대규모 연구 프로젝트는 현대 의학 연구의 왕도인가? 베티나와 마티아스는 이 문제에 대해 토론한다. 통계학적으로 볼 때 대상의 규모가 크면 정확한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커지지만 그것으로는 연구 결과 적용 대상을 선정하기가 애매해진다(대상의 폭이 넓고 다양하기 때문에). 또 대상의 규모가 작으면 통계학적으로 볼 때 유용한 결과를 얻기 어렵지만 상대적으로 적용 대상은 결정하기 쉽다. 그러면 어느 쪽이 더 나은 것, 혹은 쓸모가 없는 것인가?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또한 임상 연구의 대상의 크기 문제를 떠나 약의 투여량도 문제이다. 투여량은 결국 자의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의학계에서는 모두들 이런저런 무작위식 연구가 이런저런 사실을 확실하게 보여준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확하게 시행한 무작위 연구의 결과만 중요하다는 생각이 팽배해 있는 것이다. 결국 마티아스가 "임상 연구로 뭘 할 수 있지?" 하고 묻자, "출세를 할 수 있지." 베티나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답한다. 이와 관련하여 의학계 내부에서 이런 문제점에 대해 눈 감고 귀 막고 입 다문 행태를 '임상 연구의 못난이 삼형제'라고 비판한다.

이 밖에도 모임의 약속 시간에 나타나지 않는 남편들이 혹시 교통 사고라도 당한 것은 아닌지 걱정하며, 평상시에 남편들이 얼마나 약속을 잘 지켰는지 그 성실도로 교통 사고의 개연성과 아내들의 걱정 정도를 계산한다든지, 관할 지역의 매출액을 지역 재분할을 통해 5% 이상 올린다든지, 자사가 보유한 주가 폭락 탐지기가 98%의 정확도로 주가 폭락을 예고해주어 수익을 올려준다고 고객을 유인하는 증권 회사의 속셈을 파헤치는 등 흥미진진한 이야기 속에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정보를 곁들여 읽는 재미, 생각하는 재미를 준다.

저자 소개
지은이 한스­페터 베크­보른홀트 / 한스­헤르만 두벤
함부르크 대학 의학과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두 사람은 모두 물리학자 집안 출신들이다. 다양한 수상 경력을 자랑하며 1996년에는 그들의 뛰어난 교수법을 인정받아 함부르크대학에서 주는 피셔-아펠트 상을 받았다.

옮긴이 장혜경
연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했으며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독일 학술교류처 장학생으로 독일 하노버에서 공부했다. 옮긴 책으로《사랑, 그 딜레마의 역사》,《오디세이 3000》,《피의 문화사》,《소유와의 이별》,《클라시커 50 디자인》,《내 시간 내 마음대로 쓰기》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