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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문화|지성|예절 > 철학의이해 > 철학은 내 친구 - 철학 길들이기 청년에세이 4 위기철 지음 청년사
철학|문화|지성|예절


철학은 내 친구 - 철학 길들이기 청년에세이 4 위기철 지음 청년사 [중] 표지오염
소비자가 :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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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립금액 : 20원
제조회사 : 청년사
[284]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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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상세 설명
 
 
335쪽 사람은 얼마큼 자유로울 수 있는가? 얼마 전 어떤 단체에서 설문 조사를 했더니, 우리 청소년들 대다수가 자신이 목표하는 삶으로 '어떠한 제약도 받지 않는 자유로운 삶'을 꼽았다고 하더군요. 물론 그들은 그만큼 부자유스러운 현실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니 이런 삶을 갈망하게 되었을 터이지요. 그러나 한번 생각해 봅시다. '어떠한 제약도 받지 않는 자유로운 삶'이란 과연 가능한 것일까요? 물론 저는 여러분께 '자유에 대한 갈망'을 포기하라고 이런 물음을 던지는 것은 아닙니다. 자유에 대한 갈망이야말로 가장 사람다운 것이며, 이런 '갈망'을 포기한다면 인생은 끝이라고 말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잘라 말하거니와 '어떤 제약도 받지 않는 자유'는 불가능합니다. 어째서 그럴까요? 육체를 가지고 존재하는 한 개인으로서의 사람은 어차피 여러 가지 현실적인 제약 속에서 삶을 살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죽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이 있습니까? 먹지 않고도 살 수 있는 사람이 있습니까? 사회와의 모든 관계를 벗어나 살 수 있는 사람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한 개인으로서 사람은 어차피 이러저러한 수많은 제약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입니다. 자유는 제약을 극복하는 데서 실현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 일을 분명 혼자서는 할 수 없습니다. 한 개인으로서 사람은 제한된 수명과 제한된 능력을 가진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저 혼자 자유롭고, 저 혼자 완전해지려 합니다. '개인주의'와 '자유의 실현'은 도저히 양립할 수 없는 관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양립할 수 있다는 착각은 점점 커지되 자유는 개인들로부터 점점 멀어져 갑니다. 사회는 자신의 자유를 실현할 유일한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사회가 나를 억압한다!"고 외치며, 이웃과 동료가 자신의 자유 실현을 도울 최선의 협력자임에도 불구하고 자유롭기 위해서 "홀로 서기를 익혀야 한다"고 외칩니다. 이런 괴상한 이율 배반은 개인주의와 자유실현이 조화를 이룰 수 있다는 착각에서 비롯한 것임은 물론입니다. 이런 종류의 착각들은 늘 위태롭게 느껴집니다. 저는 여러분들이 '어떠한 제약도 받지 않는 자유로운 삶'을 자신이 목표하는 삶으로 꼽는 것을 보고도 이런 위태로움을 느낍니다. 엄밀히 말하면 슈퍼맨이 아닌 우리에게 이런 자유란 불가능합니다. 세계 속에 태어나 살고 있는 개인에게 '세계'라는 제약은 이미 주어진 것인데, '어떠한 제약도 받지 않는다'는 말은 있을 수 없는 말입니다. 이러한 삶이 가능하리라 믿는다면 그것은 거짓된 인식이며, 거짓된 인식은 사람을 자유롭지 못하게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개인이 아닌 사람 전체로서의 인생을 계획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개인은 약하지만 사람 전체는 강하기 때문입니다. 개인의 수명은 길어야 백년이지만, 사람 전체의 수명은 세계가 존재하는 한 무한합니다. 개인의 능력은 작은 바윗돌 하나 옮겨 놓기에도 벅차지만, 사람 전체의 능력은 태산도 옮겨 놓을 만큼 강합니다. 우리가 인생을 사람 전체로써 계획할 때 그만큼 수명도 늘어나고 능력도 강해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꼭 '자기속에서' 모든 것을 완성하려 드는 것일까요? 어째서 혼자만이 강해지고, 혼자만이 자유를 누리려고 생각하는 것일까요? 이것은 우리 사회에 뿌리내린 개인주의의 병폐가 개인의 삶마저 왜곡시키고 있는 단면입니다. 저는 여러분들이 어떤 인생관을 세우고 삶을 살아가든, "세계와 사람의 관계가 어떠한 것인가" "그것은 단지 제약하는 관계일 뿐인가""사람은 무엇이고, 세계는 무엇인가" 따위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해 보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이 책은 이런 문제를 철학적으로 제기하는 책이라 보아도 좋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책은 전적으로 신봉할 만한 것은 못됩니다. 이 책은 여러분들이 철학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될지언정 출구는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철학이 말하는 것은 보편적이고 추상적인 얘기이며, 현실의 모든 문제는 구체적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이 이 책을 통해 세계와 자신에 대한 고민을 생생하게 떠올릴 수만 있다면, 저는 작은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책의 구성에 대해서도 좀 말씀드리겠습니다. 철학은 본래 쉽지가 않습니다. 철학은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현상들 속에서 보편적이고 추상적인 본질을 캐어내려는 사람 사고의 반영물입니다. 그러니 철학을 학습하는 일은 영화를 감상하는 일처럼 수월하지는 않습니다. 이점은 어느 정도 각오하셔야 합니다. 다만 저는 제 능력이 닿는 데까지 최대한 쉽게 써보려고 애를 썼습니다. 서술문보다는 이야기투가 친근하다는 점을 살려 본문 전체를 철학이 여러분에게 들려 주는 대화체로 꾸몄습니다. 따라서 본문에 나오는 '나'는 '철학'입니다. 여러분은 친구 이야기를 듣는 기분으로 읽어나가면 좋을 것입니다. 속담이나 옛날이야기를 많이 빌린 까닭은 옛 사람들의 지혜를 활용하기 위해서입니다. 다만 속담이나 옛날 이야기가 하나의 사실에 대해서는 진리를 포함하지 못한다는 점만큼은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그것은 본문에서도 말하겠지만, 속담과 옛날 이야기는 철학적 세계관이 아닌 상식적 세계관만이 반영하기 때문입니다. 본문에서 다루지 못한 내용 가운데 일부는「도란도란 철학 문답」에서 다루었습니다. 특히 혼동하기 쉬운 개념들을 중심으로 다루었으니 참고 바랍니다. 「머리쓰기 연습문제」는 여러분들이 철학적 사고를 실생활에 응용해 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달아 놓은 것입니다. 책 끝에 도움말을 달아 놓았지만 도움에 지나치게 의존할 필요는 없습니다. 도움말은 '정담'이 아니라, 그야말로 '도움말'일 따름입니다. 이 책은 모두 여섯 묶음으로 짜여 있지만 그 내용들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좀 이해하기 어려운 묶음이 있다면, 다른 묶음부터 먼저 읽어도 상관없습니다. 이 책을 읽을 때 가능하다면 정리.요약하면서 읽고, 특히 철학 개념들만큼은 잘 정리해 두고 넘어가는 편이 좋을 것입니다. 도 혼자 학습하기보다는 동료들과 함께 토론하며 학습하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이 책을 쓰기는 했지만 저는 글 쓰는 이야기 작가일 뿐 철학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은 아닙니다. 하지만 철학이 몇몇 철학 전문가들만의 친구가 아닌, 모든 사람들의 친구가 되어야 한다는 믿음에서 감히 이 작업에 달려들었습니다. 이 책에 「철학은 내친구」라는 좀 우스꽝스러운 제목을 단 까닭도 이런 믿음을 바탕으로 한 것이지요. 아무래도 부실한 내용이 많을 것입니다. 이 책을 읽다가 혹시 잘못된 점이나 의문나는 점들을 발견한다면 언제라도 연락해 주십시요. 책을 출간한 다음에라도 최대한 수정해 나갈 각오입니다. 여러분 앞날에 늘 보람되고 알찬 삶이 있기를 바랍니다. 1991년 4월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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