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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교양 > 문화인류학 > CUNNING 컨닝, 교활함의 매혹 - 돈 허조그 지음 이경식 옮김 황소자리
인문|교양


CUNNING 컨닝, 교활함의 매혹 - 돈 허조그 지음 이경식 옮김 황소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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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양장]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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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상세 설명
 
 
[중고][양장] 2007 407p ISBN : 9788991508316 [상] 교활함의 매혹과 혐오에 관한 모든 것 16세기의 목사, 아내를 살해하다 1570년, 에든버러에서 한 목사가 교수형을 당했다. 그의 이름은 존 켈로John Kello. 아내를 살해한 혐의였다. 그는 교수대에서 아내를 사랑한다고 말했다. ‘악령’이 나타나, 성공하려면 아내를 죽여야 한다는 말로 자신을 사주했다고 했다. 그는 아내의 목을 조른 뒤 마치 자살인 것처럼 꾸미고는, 열쇠 꾸러미를 서재 안에 둔 다음 잘 사용하지 않는 뒷문을 이용해서 밖으로 빠져나왔다. 그는 아내를 죽인 뒤에 사람들 앞에서 설교를 했고, 그 후에는 신도 몇 사람을 집으로 초대했다. 허공에 매달린 아내를 그들과 함께 발견한 켈로는 기절하는 척까지 했다고 한다. 켈로라는 사람은 어떤 목사이기에 그런 짓을 저지른 것일까? 그러나 문제는 그가 목사의 역할로부터 이탈했다는 사실에 국한되지 않는다. 목사라는 직업과 아내 살해라는 끔찍한 죄가 그의 내부에서 마찰을 일으키지 않도록 만든 것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불온하고 더러운, 그러나 결코 사라지지 않을… 이 책 《컨닝, 교활함의 매혹》의 저자 돈 허조그는 켈로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를 교활함의 세계로 안내한다. 그 세계는, 온갖 문제들이 잔뜩 도사리고 있는 매혹적인 미궁이다. 그 속에는 도덕성과 규칙 그리고 합리성의 여러 갈래들이 난마처럼 뒤얽혀 있다. 나는 선한 것의 감동적인 환상에는 관심이 없다. 오히려 그 미궁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실마리인 교활함을 논의의 중심에 놓고 독자와 만나고 싶다. 따라서 독자는 본문을 읽으면서 켈로에 버금가는, 그리고 때로는 켈로보다 훨씬 더 사악한, 하지만 동시에 기발하고 붙임성이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 독자에게 미리 당부하고 싶은 점은, 이 사람들이 어떤 특정한 잘못을 저질렀는지 알고 있으며 또 그 이유가 무엇인지도 알고 있다고 예단하지 말라는 것이다. ―본문 17~18쪽. 교활함에 대한 전방위적 탐사 《컨닝, 교활함의 매혹》은 서양의 고전 문학 작품들, 사상가의 사유를 지도삼아 이 미궁을 종횡으로 누비면서 교활함의 철학적 의미를 탐구한다. 저자가 교활함의 의미를 추적하는 동안 오디세우스의 모험, 마키아벨리의 인생역정과 철학이 《군주론》과 함께 얽혀서 펼쳐지고 존 홉스, 데이비드 흄, 볼테르 등의 철학자들이 이 지적 향연에 동참한다. 그렇다면, ‘교활함’은 과연 무엇일까? 14세기만 해도 ‘cunning’이란 단어는 박식함을 의미했다. 16세기에 토마스 모어Thomas More는 인간의 덕성으로 ‘chastity(고상함)’ ‘liberality(너그러움)’ ‘temperance(절제)’와 함께 ‘cunning’을 들었다. 하지만 18세기에 접어들자 이 단어는 ‘속임수, 파렴치함’을 의미하는 것으로 굳어졌다. 많은 사람들에게 교활함은 필수적이다. 전혀 교활하지 않은 포커 플레이어, 모든 사람들에게 한결같은 얼굴을 내보이는 정치가를 생각할 수 있을까? 예나 지금이나, 교활한 생각과 행동은 개인의 삶 속에, 법과 정치에, 심지어 교활함과 가장 거리가 멀 것 같은 학문과 사상들 속에도 ‘체제적’으로 녹아 들어가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자기 자신과 교활함은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거나, 스스로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자신한다. 하지만 당혹스럽게도, 교활함의 영역에서 합리성과 사회적 역할 그리고 도덕성이라는 세 개의 개념은 서로 분리되지 않는다.저자는 도구적 합리성이 어떤 방식으로 교활하게 이용되는지, 그리고 도덕성과 합리성이 사람들의 의식과 행동 속에서 어떻게 착종되는지 파헤친다. 딜레마 “악당들과 바보들이 이 세상을 둘로 나누고 있다.” 17세기 영국의 속담이다. 이 속에 우리의 딜레마가 있다. 교활한 악당이 될 것인가, 순진하고 착한 바보가 될 것인가. 물론 우리는 그 어느 쪽도 되고 싶지 않다. 저자는 우리에게 무엇이 되는 편이 낫다고 일러주는 대신, 역사 속에서 악당과 바보 사이에 벌어진 수많은 대결들을 직접 보여준다. 고대 로마의 가짜 예언가 알렉산더, 1590년대를 풍미했던 교활한 악녀 주디스 필립스, 1720년 ‘남해회사 거품사건the South Sea Bubble’ 등 주식시장의 사기 사건들, 나이지리아의 편지 사기꾼, 인디언 설화 등 그가 끌어들이는 이야기들의 스펙트럼은 무한하다. 저자는 이 모든 이야기들을 통해, 교활함 속에는 악당과 바보 그리고 선의善意의 인식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통쾌하게 환기시킨다. 독자들은 저자가 수없이 던지는 물음표에 이끌려 다양한 층위의 인식 속으로 걸어들어간다. 발랄하고 도발적인 지적 향연으로의 초대 교활함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찾기 위한 길은 매우 험난하다. 다각도로 들여다보아야 할 문제점들이 장애물처럼 버티고 있는 데다, 우리가 절망할 수밖에 없는 이유들도 도처에 존재한다. 우리는 흔히 타인들의 가식적인 겉모습과 그 실체를 구별할 수 있다고 자신하지만, 그것은 착각에 불과하다. 저자는 꾸며진 겉모습 앞에서 무력하게 속아 넘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가면을 벗기는 것이 결코 어떤 사물의 실체를 드러내는 방편이 될 수 없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을 탐구한다. 그리고 악당과 바보의 딜레마에 빠져 사람들이 현실에서 늘 실망하고 절망하는 사례와 근거들을 두루 풀어놓는다. 저자가 교활함의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까다롭지만, 그 핵심으로 파고드는 과정은 흥미진진하다. 저자는 정치철학자 특유의 예리한 시각과 학문적 성실성으로 17세기 영국의 정계와 사교계를 풍미했던 점성가 윌리엄 릴리, 유명한 소설가 대쉴 해메트의 알쏭달쏭한 편지, 19세기 미국의 뱀기름 판매 사건, 자동차 판매원과 암웨이 판매원들, 벤저민 프랭클린의 이야기 등 시대를 넘나드는 수십 가지 일화들을 수집하고, 그것을 위트 넘치는 문체에 녹여 새롭게 해석해낸다. 저자는 교활함에 대한 어떤 구체적인 결론도 내리지 않는다. 어떤 결론을 내리든, 그것은 독자의 몫이다. 현대인들은 배운 것을 응용하고 즉각적으로 결론을 도출해내는 능력은 발달했지만, 생각을 다각도로 전개하고 깊이 있게 통찰하는 능력은 퇴화해버렸다. 그래서 전혀 실용적으로 보이지 않는 이 책이 그 점을 뼈저리게 통감하고 있는 독자들에게 매우 실용적일 수 있다. 저자의 목적은 교활함이라는 미궁 속을 동분서주 뛰어다니며 풍성한 논의를 제공하고, 그 논의를 기반으로 독자의 자유로운 사고를 유도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독자에게 “평범하고 누가 봐도 명확한 논리적인 논지에 대해서도 딴지를 걸 권리”를 쥐어준다. 그것은 이 자유분방한 지적 향연으로의 초대권이다. 이 초대권을 손에 쥔 독자들은,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는 즐거움을 만끽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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