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는 1903년부터 1908년까지 만 5년 동안 릴케에게 인생과 문학에 대해서 여러 가지를 물어온 크사버 카푸스(1883-1966)라는 문학 지망생에게 보낸 총 10통의 편지로서 릴케가 죽은 뒤인 1929년에 출간되었다.

당시 카푸스는 릴케의 청년기처럼 사관학교 생도이면서도 기질상 그것이 맞지 않아 문학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던 젊은이었다. 젊은 카푸스의 예술과 현실적 삶 사이의 방랑의 과정은 그로 하여금 젊은 시절 자신과 비슷한 삶의 역정을 걸었다고 생각된 릴케에게서 위안과 조언을 찾을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이것은 릴케의 문학이 지니는 위안적 측면을 말해주는 배경이기도 하다.

비단 카푸스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여성들이 릴케의 작품에서 감명과 위안을 받고 그에게 서신으로 충고를 구해왔다. 그러나 릴케는 번민에 빠진 모든 이에게 애정 어린 위안과 답을 주는 것에 국한하지 않고 그 기회를 자신의 생각을 토로하는 무대로 만들었다. 그 결과 불과 10통밖에 되지 않지만 카푸스에게 보낸 이 서한집에서도 우리는 릴케의 문학과 인생의 기본 특성들을 감지할 수 있는 것이다.

릴케는 인간의 현존재, 사랑과 성, 고독, 죽음, 예술 등의 문제에 대해서 젊은 시인의 물음에 대해 자기 나름의 생각을 펼쳐 보이고 있다. 이러한 모티프들은 그의 문학에서 이미 문학적 상징으로 응축되어 다루어졌거나 아니면 이후에 지속적으로 그의 관심의 세례를 받은 것들이다.

젊은이가 빠질 수 있는 고민의 세계를 그는 그의 고유한 사고 방식의 개진을 통해 극복하여 보여준다. 그 해결책은 무엇보다 깊은 고독에의 침잠을 통하여 피상적인 외부세계로부터 눈을 돌려 자신의 내면의 세계를 응시하고 여기서 진실된 것을 찾아내라는 권유로 그 첫머리를 형성한다. 그에게 있어서 진실된 것은 쉬운 것에 매달리지 않고 어려운 것을 향하는 데 있으며 이것은 고독에 대한 태도뿐만 아니라 사랑에 대한 태도에 있어서도 우리가 추구해야 할 목표로 제시된다.

인내심을 가지고 어려운 것, 진지한 것을 추구하는 것이 사랑의 경우는 소유를 배제한 사랑의 개념으로 등장하는데 이것은 여성을 남자의 반대편으로, 즉 하나의 보충물로 보는 사회적 인습을 파괴하려는 그의 여성해방의식적 차원에서 나온 것이기도 하지만 그 근저에는 모든 외적인 방해물들로부터 자신의 예술세계를 방어하려는 독특한 세계관이 자리잡고 있다.

왜냐하면 그는 사랑하는 두 연인이 서로가 서로의 고독을 지켜주는 파수꾼이 되어야 한다고 역설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릴케가 내세우는 사랑의 개념은 고독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나아가서 고독과 거의 동의어가 된다.

사랑과 관련된 성(性)에 대한 태도에 있어서는 릴케는 성에서 유희적 성격을 배척하고 진지성과 필연성 그리고 순수성을 강조한다. 그는 모든 욕구는 순수하게 그 본래의 본질에 걸맞게 보존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간들이 모든 것을 자신들의 목적에 따라 편의대로 변형, 왜곡시켜온 것에 대한 이러한 반감은 《말테의 수기》에서도 분명한 논의의 대상이 되고 있다. 사물을 비롯한 모든 것의 자체목적성에 대한 존중은 릴케의 본질적인 자세라고 할 수 있다.

릴케의 예술가적 태도는 신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에 짙게 배어 있다. 즉 그는 신을 기독교적 전지전능의 신으로 바라보지 않고 미래에 생겨날, 예술가들의 작업을 통해서 언젠가 궁극적으로 현시될 존재로서 표현한다(《기도시집》). 그것은 기존의 신의 존재를 통한 모든 것의 기성사실화로부터 모든 것을 미래에 생겨날 것으로 가정함으로써 젊은이의 사고 세계의 확장을 가져온다. 그러한 확장은 결국 예술가 자신의 내면 공간의 확장을 의미하는 것이다.

내면 공간의 확장은 그만큼의 창조의 자유 내지 여지를 보장해준다. 이러한 확장의 개념은 죽음을 바라보는 그의 관점에도 적용된다. 즉 우리에게 무시무시하게 보이는 것, 삶에 대척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모든 것을 자신의 생 안으로 적극적으로 포용함으로써 우리의 생 자체가 그만큼 풍요로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현존재를 되도록 폭넓게 생각하여 그 속에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이러한 통합적 세계관은 나중에 그의 대작 《두이노의 비가》와 《오르페우스에게 바치는 소네트》에서 그 구체적 실현을 보게 된다.

이처럼 이 10통의 편지에서 우리는 인습적 사고로 인해 딱딱하게 굳어버린 제도권을 떠나 국외자로서 진정한 진리를 찾아 자신의 생을 마치 수도사처럼 추구해간, 혹은 추구하려 한 시인의 각고의 인생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이같은 그의 자세는 젊은이들이 품게 되는 생의 모든 고민들을 풀 수 있는 하나의 보편화된 촉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해석을 어떻게 받아들이냐 하는 것은 모두 개인적 취향의 문제라고 본다.

다만, 이 글을 통해서 가벼운 것에서 가벼운 것 쪽으로만 접근해 가는 현대적 일상에서 우리 젊은이들이 자신의 삶에 대해 경외심을 가지고서 생의 모든 문제에 대해서 잠시 진지한 성찰을 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성찰이 또 하나의 훌륭한 시인을 낳을지도 모른다. 또한 이 책은 독일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이미 하나의 고전으로 자리매김되어 문학을 지망하는 젊은이들이나 인생의 고민에 빠져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훌륭한 충고자의 역할을 하면서 매년 중판을 거듭하고 있는 현대의 필독서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