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무덥던 여름도 자연의 위력 앞엔 그 힘이 차츰 사그라들고, 아침저녁으론 제법 쌀쌀한 기운이 감도는 가을로 접어든 것 같다.
날씨가 차가워질수록 수험생들의 긴장감은 더해지리라 생각된다.
결전의 시간이 다가올수록 수험생들에게 보탬이 될만한 교재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중요한쟁점별 문제에 그동안의 출제경향을 파악할 수 있는 최신 기출문제를 엄선해 객관식 문제집을 내게 되었다. 300여 문제를 추려내느라 내심 고민을 거듭했다. 모든 문제를 다 풀어 볼 수 없이 시간에 쫓기는 수험생들에게 요긴하게 쓰이리라 믿는다.
그러나 이 문제집에서 다루지 않은 쟁점들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늘 하는 말이지만 공부에는 왕도가 없다. 시간에 쫓기면 학생들은, 강사에게 핵심을 내놓으라고 요구한다. 심지어 3월 기본 강의에서조차 그러한 요구를 받기도 했다. 시험에 나오지 않을 법한 쟁점들은 버려달라고 말이다. 잘 버려주는 강사가 인기의 비결이 되기도 한다. 학생들의 그러한 심리는, 누군가에게 기대어 방대한 민법의 분량에서 벗어나고 싶은 일종의 자기 위안이다. 누구보다 필자는 수험생들의 그러한 마음을 잘 알고 있다. 필자 또한 늘 그러한 유혹에 흔들려왔다. 그것이 인기 강사로 가는 비결이란 것 또한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한 요령은 우선 수험생의 마음에 안정감을 줄 수 있을지언정 시험의 합격과는 거리가 멀다.
중요하지 않은 쟁점, 기출되지 않았던 문제까지 꼼꼼히 다루어 본 적이 있는 수험생이라야 합격의 영광을 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최근, 내 가장 오랜 친구이자 내 책을 전담해 출판해 온 도서출판 사람들 대표 김명석이 그의 오랜 꿈이었던 첫 소설집 “로마네꽁띠”를 내게 됐다. 그는 20대 초반에 가졌던 꿈을 40대 초반에 마침내 이뤄냈다. 20년 동안 한결같이 그 꿈을 버리지 않고 묵묵히 문학 공부를 해온 사람이다. 그가 요령을 피우고 편한 길만을 찾아 쫓아갔더라면 자신의 꿈을 성취하지 못했을 것이다.
묵묵히, 그리고 우직하게 황소의 걸음으로 뚜벅뚜벅 한발한발 걸어나가는 우보(牛步)의 정신을, 이 책을 보는 수험생들에게 기대해 본다.
2010년 9월 9일
저자 이태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