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는 독창과 합창, 중창 등 성악적 요소, 동작에 곁들여지는 레치타티보의 연극적 효과를 비롯하여 오케스트라 연주, 발레, 무대 및 조명 등 독립된 여러 형태가 공존하는 무대다. 음악, 연극, 무용, 미술, 문학까지 포괄하는 종합무대예술로서 오페라의 위치는 역사나 규모면에서 다른 예술장르의 추종을 불허하며, 역시 '최고의 오락'이라 할 만하다. 또한 4세기에 걸쳐 당대의 풍속과 시대상황,설화와 종교를 아울러 온 오페라는 인류사를 되돌아보는 창문으로도 의미가 있다. 오페라의 대표적인 작품들만 섭렵해도 서양문화에 대한 종합적인 식견을 얻을 수 있을 정도다.『이 한 장의 명반 오페라』는 오페라음악 애호가들은 물론, 사람살이의 이면에 관심이 많은 문필가나 역사가, 표현의 극한에 도전하는 연극인과 영화인, 아름다움의 절정을 추구하는 미술가나 디자이너 등 인접 예술종사자들이 결코 놓칠 수 없는 필독서라 하겠다.

오페라, 제대로 감상하기 위한 책읽기
오페라와 친해지는 단계로 많은 전문가들이 1.해설 및 대본 읽기 2.주요 아리아 감상 3.전곡 레코드 감상 4.본격적인 공연 감상을 제안한다. 그러나 오페라 대본을 구하는 것은(번역판은 더더욱)쉽지 않으며 전곡레코드의 해설도 원어 그대로이기 일쑤다. 이 책의 구성은 이러한 현실적 한계를 넘어서 독자들이 오페라에 가까워질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이 책은 400년오페라 역사 속에서 빛나는 70여 편의 오페라를 작품별(가나다순)로 소개한다. 각 작품마다 도입부에는 작곡가 소개와 시대배경 및 창작에 얽힌 이야기로 오페라의 이해를 돕고, 이어서 막과 장으로 나뉘어 전개되는 줄거리는 중요한 아리아, 중창, 합창 부분을 상세히 묘사하여 리브레토(오페라 대본)를 읽는듯 생생하다. 특히 유명 아리아는 별도로 가사를 번역하고 원어를 병기하여 실었으므로 오페라 매니아들도 만족활 만하다. 마지막에 저자의 심미안으로 추천하는 명반(유명 아리아와 전곡레코드 별도)은 코멘트와 함께 자세한 사양(지휘자, 연주자, 음반사, 녹음년도, 음반번호)을 싣는 배려가 돋보인다. 또한 국내 출시된 오페라DVD 소개와 해설은 공연 감상과는 또 다른 차원의 매체비평이다.

음악으로 전달하는 드라마 오페라의 꽃 '아리아'
오페라 감상의 포인트는 '말을 음악에 융화된 음악의 일부로 듣는 일'이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 구애받지 않고 오히려 음악에서의 느낌으로 드라마를 이해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오페라의 큰 묘미 중 하나다. 이 책은 오페라의 꽃 '아리아'를 가사와 멜로디, 그리고 목소리라는 세 가지 필터를 통해 감상하게끔 돕는다. 가사는 어색한 직역보다는 의역으로 감정의 자연스러운 흐름에 충실했다. 또한 하나의 아리아에 여러 명반을 소개하여, 노련한 성격 배우 '티토 곱비'와 호쾌한 목소리의 '레너드 워렌'이 "리골레또"(베르디 作)를 어떻게 다르게 소화했는지, "카르멘"(비제 作)을 연기한 세기의 명가수 '칼라스'와 모노럴 시대의 '수페르비아'는 그 맛이 어떻게 다른지 느껴보기를 권하고 있다.

오페라는 가수의 예술이기도 하지만, 연출가의 예술이기도 하다. 각 장의 끝부분 '전곡 레코드' 소개란을 통해서는 여러 지휘자의 연출을 비교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모차르트의 "돈죠반니"를 보자. 삶과 죽음의 드라마에 몰입하여 극적인 긴장으로 이끌어 가는 '후르트벵글러'의 1954년 연주에 이어 1955년 빈(Wien)정서가 감도는우아한 연주의 크리프스지휘반(盤), 1959년 호화 캐스트와 함께 한 쥴리니 지휘반을 차례로 소개하고, 1986년 대형가수가 없는 시기에 최상의 연출을 보여준 '카라얀' 지휘반의 배역과 연주를 분석하여, 세대를 걸쳐 재해석되는 오페라의 면모를 살필 수 있게 하였다.

책 속에 재현된 오페라 무대
오페라에서는 목소리뿐 아니라 오케스트라와 연기가 똑같이 중요하며 음악과 연기에 더하여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요소가 무대미술과 조명, 그리고 의상이다. 이 책은 걸작 오페라들의 생생한 공연 장면과 무대디자인, 의상 스케치 등 400여 컷의 화보로 독자들이 오페라 공연을 간접적으로 맛볼 수 있게 하였다. 초연의 무대 디자인과 포스터 등 당대를 엿볼 수 있는 자료들은 물론 역사적인 무대 디자인, 유명한 의상 스케치, 그리고 명가수들의 사진과 캐리커처에 이르기까지 대형공연이 많지 않은 국내의 독자들이 오페라를 총체적으로 만날수 있게 한다.

컬러 화보의 면면을 보면 모차르트의 오페라 "요술피리"의 무대 중 가장 뛰어난 평가를 받고 있는 1816년 베률린 공연의 제1막 무대(건축가 카알 프리드리히 쉰켈 구성)나, 1956년 바그너의 손자 빌란트 바그너가 연출한 "니벨롱의 반지"등 세기의 무대를 만나는 즐거움이 있으며, 전설의 가수 카루소가 직접 그린 자신의 배역이나 작곡가 캐리커처 등을 통해서는 가수의 숨은 재능을 엿보는 재미가있다. 한편 각 장의 도입을 장식하는 포스터는 일러스트레이터 존 마르티네즈의 작품이다. 현대적인 색채와 타이포그래피로 이 책의 향기를 더해주는 오페라 일러스트레이션으로 독자들의 예술적 감성이 더욱 풍요로워지기를 기대한다.

저자 소개
지은이 안동림
영문학이 전공(청주대 영문학과 교수 역임)이지만 소설가이자 한학자, 음악비평가로서 21세기 르네상스인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국내 최초로 전편 완역한『장자』와 불교의 진수를 보여주는『벽암록』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탁월한 주석과 해설로 인문학의 기본 장서가 되었다. 또한 클래식 음악 감상서의 고전이 된『이 한 장의 명반』은 그의 남다른 심미안을 추종하는 팬이 많다. 데이비드 소로우를 전공하고 장자를 흠모하는 저자가 좋아하는 음악가는 모차르트. 꾸밈없이 흐르는 음악의 노장과 가장 가깝게 느껴지기 때문일까. 허명을 거부하고 무진한 호기심을 따라 생을 즐기는 그의 지적 편력은 가볍고 파편화된 현대 사히ㅗ에서 자기를 찾아 가는 순례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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