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는 다른 어떤 매체보다 시각 예술이 맹위를 떨친 100년이었습니다. 특히 90년대 한국 사회는 다양한 비명적 언술이 나타나 제각기 목소리를 낸 시기였습니다. 90년대가 저물어가고 있는 지금, '미술의 해석'이라는 조금은 무거운 주제를 다룬 연구서를 출간하는 것이 의아해 보일지 모르겠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활동하는 많은 미술 비평가들 덕분에 우리 생활에서도 미술이 아주 가까워진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대중적 미술 비평'은 명성을 얻으려는 경박한 욕망의 도구가 되거나 뿌리 없이 떠도는 난잡한 언술에 불과할 때도 많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책은 19세기 중반에서 20세기 초반, 대중이 시각 예술에 대한 취미와 태도를 형성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친 다섯 비평가의 비명 이론과 실제를 심도 있게 파헤친 명저입니다. 국내 이론서는 물론 번역서도 찾기 힘든 요즈음, 이 책은 전공자나 학생들에게는 귀중한 텍스트가 될 것이며, 비평가들에게는 훌륭한 본보기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이 책에서 다룬 비평가들은 몇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첫째, 이들은 모두 문필가로서 뛰어난 역량을 갖추고 있는 비명가들입니다. 즉 대부분 전문적인 미술 수업을 거치지 않았으며, 문학적 관심에서 출발하여 시각 예술로 관심의 초점을 옮긴 인물들입니다.

그런데 미술 비평 자체가 언어를 이용한 기술인 만큼 대중적인 비평가가 되고 싶다면 최소한의 문학적 기교는 필수적이며, 뛰어난 문필력은 대중들이 미술에 관심과 취미를갖게 하는데 더 큰 설득력을 발휘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둘째, 이들은 모두 미술은 엘리트만이 누릴 수 있는 고급 예술이 아니 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것이 라고 주장했으며, 미술에 무관심하거나 적대적인 대중에게 미술의 대변자라는 임무를 의식적으로 수행했던 비평가들입니다.

당시 영국은 유럽 어느 나라보다도 예술에서 정치적·문학적 풍토가 강했고, 청교도적 도덕주의와 산업화로 인한 실용적인 가치관이 압도했으며, 그만큼 시각 예술의 발달은 더뎠습니다.

그래서 영국 비평가들은 미술이 지닌 청교도적 지적 가치를 알리는 데 집중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전세계적으로 산업화가 진행된 역사에 비추어볼 때 이들의 비평 이론이 영국에만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들은 또한 과거의 미술뿐 아니라 당대 미술(현대 미술)까지 폭넓게 수용하여 독자적인 미술 비평과 비평 이론을 정립하는 데 지대한 공을 세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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