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지난 시절의 삶과 정감 어린 추억을 인형으로 재현해 폭발적인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인형작가 이승은의 첫 산문집이다. 책을 읽다보면 책갈피에 꽂아둔 낙엽처럼, 잊었던 편지처럼 우리들의 어린 시절과 살아온 이야기들을 만나게 된다.

지금은 없어진 동네 골목길, 새끼줄에 묶은 고등어자반을 들고 집으로 돌아오던 아버지, 전구알을 넣고 구멍만 양말을 깁던 어머니, 겨울밤 아랫목에서 만화책을 읽던 아이들...

정겹고 따뜻하고 소란스럽고 때로 눈물 나는 그 시절의 이야기들이 페이지마다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이 책을 통해 이승은은 2003년이라는 시간과 공간에 또 다른 공간 하나를 복원시켰다. 그것은 서로에게 참견하고 관심을 가져주는, 마음에 담장이 없는 삶, 더불어 사는 삶으로서의 공간이다. 여기에 실린 글들은 우리가 잃어버리고 잊어버린, 그 공간에서 들려오는 따뜻한 숨결이자 살아 있는 목소리이다.





출판사 서평

<엄마 어렸을 적엔…>의 인형작가 이승은 첫 산문집!
지난 시절의 삶과 정감 어린 추억을 고스란히 인형으로 재현해 폭발적인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인형작가 이승은의 첫 산문집 <다음 정거장은 희망역입니다>가 도서출판 (주)화니북스에서 출간됐다. 새로 선보이는 인형들을 곁들여 출간한 이번 책에는 정겹고 따뜻하고 소란스럽고 때로 눈물 나는 그 시절의 이야기들이 페이지마다 생생하게 되살아나고 있다. 30만 명의 관람객들이 다녀갔던 <엄마 어렸을 적엔…>이라는 인형전으로 우리 사회에 추억의 상품이나 복고풍의 붐을 일으켰던 이승은은 이번 산문집 <다음 정거장은 희망역입니다>에서 이제는 인형이 아닌 글로써 힘들고 어려웠던 시절에 건너왔던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꼭 어렸을 적 부모님이나 자신들의 모습 같았던 인형들과 함께 펼쳐지는 이 책은 추운 겨울 독자들을 따뜻한 아랫목과도 같은 공간으로 끌고 갈 것이다.

가난했지만 따뜻했던 그 시절의 희망과 행복!
소설가 박완서 씨는 이번 그의 인형과 글을 읽고 '요즘처럼 모두들 튀려고만 애쓰는 허황된 세상에 땅에 묻은 독에 담가 오랫동안 익힌 김치맛처럼 개운하다.'라고 표현했다. 땅에 묻은 독에서 오래 익힌 김치맛! 그렇다. 이 책은 뻣뻣하고 푸릇한 맛보다는 잘 익고 발효되어 되새겨 음미하는 맛으로서의 책이다. 햄버거를 먹고 네모 반듯한 아파트와 자동차와 엘리베이터를 오가며 한 번도 땅을 밟지 못하는 오늘의 이 공간 이전에 살던 사람들. 그 사람들과 공간들이 마치 살아서 돌아온 듯, 부르면 걸어나올 듯 들려오는 이 이야기는 잃을 것이 없어 행복했던 그 시절의 삶과 사랑, 웃음, 냄새까지 그대로 담겨져 있는 듯하다. 양푼 비빔밥, 산동네, 판잣집, 공동 수돗가, 뽑기, 검정 고무신, 불량식품, 야전점퍼, 맹호부대 아저씨, 공장에 다니던 언니… 비록 부유하지는 않았지만, 조금 남루하고 가난했지만, 이웃집 밥숟가락까지 세고 있을 정도로 서로 정겨웠던 시절. 노란 알전구같이 따뜻하고도 소박한 빛의 희망들이 골목골목마다 비춰져 나오는 것처럼 페이지 페이지마다 배어 나온다.

잃어버린 행복을 되찾아주는 하늘빛 투명한 동화!
이 책은 모두 4장으로 나누어져 있다.
월급이 6만 원이던 시절 연탄불을 갈며 추위와 가난 속에서 신혼을 보내던 이야기인 <1장 가난에서 배운 희망>

맹호부대 아저씨의 위문편지를 받던 어린 시절, 골목과 공터, 만화가게에서 놀던 60년대 어렸을 적 이야기인 <2장 어린 시절의 동화>

남편과 가난하게 인형만을 만들며 살아온 인생의 교훈과 삶의 지혜가 담긴 <3장 인생의 방정식>

인형의 형태로서만이 아닌 인형의 이야기와 각 인형마다 장면마다 사연이 담긴 <4장 인형 일기>

그해 겨울은 유난히 춥고 눈이 많았다. 신접살림을 시작한 시댁은 흑석동 산비탈을 한참 올라가야 하는 작은 단층집이었다. (…) 겨울이 다 되어 시집온 탓에 연탄 가는 일이 가장 큰 골칫거리였다. 시댁의 연탄 아궁이는 레일식으로 되어 있어서 화로를 쓰러뜨리지 않고 꺼냈다가 밀어넣어야 했다. 그것이 연탄 가는 시간을 맞추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기술이어서, 풋내기 새댁이었던 나는 아무리 조심스럽게 해도 번번이 넘어뜨리기 일쑤였다. 어쩌다 얌전히 꺼냈다 싶으면 시간을 잘못 맞추어서 다시 집어넣어야 하거나, 연탄 두 장이 딱 붙어서 애를 먹이곤 했다. 게다가 시부모님 방은 아궁이가 집 밖으로 나 있어서, 깜깜한 밤에 불을 갈러 나가려면 온갖 무서운 생각으로 머리끝이 쭈뼛 서곤 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세 군데 연탄 아궁이와 씨름할 일에 절로 한숨이 나왔다. 그래도 밤새 흰눈이 내린 아침이면, 미끄럽다고 내려가지 말라는 어머님 말씀을 뒤로하고 출근하는 남편 팔에 매달려 버스 정류장까지 미끄럼을 타고 내려가는 동안 연탄 가는 고역쯤은 잊어버릴 수 있었다. 남편을 보내고 비탈길을 엉금엉금 걸어 올라오면서도 온통 하얗게 변한 산동네의 납작납작한 집들을 바라보며 정다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
-본문 <그해 겨울> 중에서

인형보다 더 정겹고 진솔한 이야기
가족의 소중함에 대한 깨달음과 미소!
이승은의 글을 읽으니 그가 만든 인형들이 다시 살아 이야기를 거는 것 같다. 인형을 보며 상상했던 이야기의 장소와 표정이 고스란히 글로 전해진다. 가난했지만 따뜻했던 가족애와 추억 어린 물건들에 대한 사랑이 잔잔하게 느껴진다. 그 중에서도 나를 감동시킨 건 인형 만드는 어머니에 대한 묘사이다. 우리들이 모두 궁핍했던 지난날, 가족의 생계수단으로 삼았던 어머니의 인형 만들기야말로 오늘날 이승은이 인형 만들기를 예술의 경지에까지 끌어올린 열정과 아름다운 마음의 고향이 아닐까. 가난하지만 밝은 표정의 인형을 만들어온 이승은 허헌선 부부의 진지한 작업은 요즘처럼 모두들 튀려고만 애쓰는 허황된 세상에서 땅에 묻은 독에 담가 오랫동안 익힌 김치맛처럼 개운하다.
- 박완서 (소설가)

이번에 인형 사진을 곁들여 새로 선보이는 이승은의 산문은 그가 만든 인형보다 더 정겹고 소박하며, 따뜻하고 진솔하다. 집이 가까운 골목길에서 듣는 엄마의 잔기침 소리 같기도 하고, 채송화나 백일홍을 닮은 작은언니의 명랑한 웃음소리 같기도 하다. 어린 시절의 추억과 꿈, 작은 것을 소홀히 하지 않는 감사의 발견, 역경에도 믿음을 잃지 않고 즐겁게 견디어내는 관대함, 일상의 삶에서 모든 사람과 사물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폭넓은 사랑들이 페이지마다 배어 있어, 우리는 다시 한 번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고 미소 짓게 된다. 그리운 가족들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가 착한 마음으로 동요를 부르고 싶어진다.
- 이해인 (수녀, 시인)

저자 소개
저자 이승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첫 번째 개인전 <우리 마을>과 두 번째 개인전 <어린이 마을>을 가졌다. 남편 허헌선과 함께 한 인형전 <엄마 어렸을 적엔…>에는 130만 명의 관람객들이 다녀가는 등 폭발적인 호응을 받았다. 조선일보미술관, 예술의전당 등에서 모두 다섯 차례의 전시회를 열었다.





목차

1. 가난에서 배운 희망
그해 겨울
신혼의 다짐
젊어서 고생
바나나
안경 바꾸어 쓰기
(...)

2. 어린 시절의 동화
할머니와 봉숭아
마음의 눈으로
내 마음속의 동화
식구 많은 인형집 딸
그 시절의 언니들
(...)

3. 인생의 방정식
엄마 어렸을 적엔...
행복을 가져다주는 말
지구의 한 모퉁이를 쓸고 있는 청소부처럼
마음의 굳은살
추억의 사진첩
(...)

4. 인형 일기
이탈리아의 파이프 할아버지처럼
새벽 대합실
우리 후남이들
책상 앞에 붙인 글
검정 고무신
(...)




작가소개

이승은 - 홍익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한 후 10여년 간 인형 만드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어머니 선자옥 씨가 인형 작가였던 까닭에 인형으로 가득 찬 집에서 성장기를 보냈다. 딸의 장난감 삼아 만든 봉제 인형이 계기가 되어 서양화가에서 인형 작가로 방향을 바꾼 후 네 차례의 개인전을 가졌다. 특히 <엄마 어렸을 적엔···>이란 주제로 잊혀져 가는 우리 역사와 풍습을 복원하는 데 주력해왔다. 지금까지의 활동으로는 롯데월드 민속관 인형 제작, '아, 고구려 1천 5백년'전, '유길준과 개화의 꿈'전 '엄마 어렸을 적엔···>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