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서점 [공자의 열정 - 느낌이 있는 고전 산책 진현종 들녘]

출판사 서평

한국인치고 공자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책은 삶을 열정이라는 관점을 통해 소설 형식으로 구성한 전기도 아니고, 공자 사상의 체계적인 이해를 위해 기획된 해설서도 아니다. 대학에서 동양철학을 전공하면서 적지 않은 세월을 동양의 고전들과 벗하며 지내온 저자가 감동과 법열(法悅)을 느꼈던 정수만을 가려 였은 것이다.

요즘 여러 매체에서 옛것에 스며 있는 지혜를 찾아 현실과 연결시키려는 시도를 많이 선보이고 있다. 이는 사회적인 변화가 심하고, 경제적으로 위축되어가는 시대의 흐름에서 자신의 중심을 지키고 삶의 지혜를 얻으려는 현대인들의 욕구, 그리고 서양의 가치관을 쫓아가느라 정작 잊고 있었던 전통과 가치관에의 재발견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의 삶에 도움을 주고 지침이 될 수 있는 것은 이해를 통해 얻은 논리라기 보다는 어떤 이야기를 처음 접했을 때 얻는 느낌 바로 그것이 아닐까? 좀 비약적이긴 하짐 나논리는 죽은 것이요, 느낌은 살아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고전을 읽으며 저자가 이해한 동양사상의 구도가 아니라, 가슴을 팍 찌르고 들어오는 느낌의 형식을 취한다. 느낌은 물론 논리적 이성보다는 덜 정제된 면이 있다. 그러나 그런 만큼 더욱더 개방적이다. 즉 느낌은 그 상태 그대로 제한되는 것이 아니라 얼마든지 확장이 가능하다.

공자를 읽고 얻은 느낌이 붓다를 읽고 얻은 느낌과 통한다는 것을 느낀 저자는, 공자를 말하면서도 공자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한 인물의 독창보다는 합창이 자아내는 웅장하고 다채로운 느낌, 그 감동의 구도를 빌려오기로 했다. 곧 천편일률적인 해설에서 벗어나, 책을 읽는 독자 스스로 고개를 끄덕이고 저자의 느낌을 공유할 수 있기를 고심하던 중 새로운 글쓰기를 찾아낸 것이다.

그렇다고 저자는 섣부르게 만교귀일같은 주자을 펴려고 하지는 않는다. 동양사상의 삼대지주인 유가, 불가, 도가 그리고 제자백가는 때로는 화음을 내기도 하고 때로는 심각한 불협화음을 내기도 한다. 다만 지금은 화음을 강조하기로 한 것 뿐이다. 그래서『공자의 열정』은 공자를 말하면서도 공자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불가와 도가의 비조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언급한다. 그러니까 이 책은 '올바른 삶을 위한 교향곡'을 연주함에 다만 공자에게 일시적으로 그 지휘를 위탁한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그 막간을 이용해 약간의 사회역을 담당했다.